시를 잊은 그대에게 _ 정재찬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_ 윤동주 처음엔 추상적인 어휘가 별과 연결되더니 어머니에 다다르면 어조가 바뀐다.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동경과 시를 연결할 때는 어딘가 멋과 여유마저 느껴지더니 어머니를 떠올리는 순간 시인은 연거푸 어머니를 되뇌며 갑자기 정신을 차린듯이 수다를 떨기 시작하는 것이다. 덜컥 어머니를 불러놓고 보니 느낌..
2019. 10. 9.
스스로 빛나는 별
나는 늘 움직이고 나는 항상 살아있지만,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나는 나름 최선을 다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지만,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아무도 나에게 빛이 되어주지 않았고, 나 역시 그 누구에게도 빛이 되어준석 없기에, 빛은 늘 내 것이 아니었다. 빛은 언제나 반짝이는 사람들의 몫이었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특기이며, 재능 있는 사람들의 장점이자, 여유있는 사람들의 자랑이었다. 아무도 빛을 준 적 없다. 아무도 빛을 뿜으라 한 적 없다. 별은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그 누구의 기대도 없이, 오로지 스스로 움직이고, 스스로 살아서, 스스로 빛날 뿐이다. 나는 늘 빛을 갖고 싶었지만 빛은 언제나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늘 빛나고 싶었지만, 나는 늘 다른 사람의 빛에 가려졌다. 그 어디에..
2019. 8. 5.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_ 박민규
프로의 세계도 쉴 새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거대한 바퀴 속에서 여전한 삶을 살고 있었다. 터질 것 같은 전철 속에 자신의 몸을 구겨 넣고, 야근을 하거나 접대를 하고, 퇴근을 한 후 다시 학원을 찾고, 휴일에도 나가 일을 하고, 몸이 아파도 견뎌내고, 안간힘을 다해 실적을 채우고, 어떤 일이 있어도 자기 자신을 관리하고, 그 와중에 재테크를 하고, 어김없이 세금을 내고, 어김없이 벌금을 내고, 어김없이 국민 연금을 납부해가며 먹고, 살고 있었다. 쉬지 않는다. 쉬는 법이 없다. 쉴줄 모른다. 그렇게 길러져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기른 자식들이 역시나 그들의 뒤를 잇는다. 쉬지 않을수록 쉬는 법이 없을수록 쉴 줄 모를수록 훌륭히, 잘 컸다는 얘기를 들을 것이다. 완벽하고, 멋진 프랜차..
2019.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