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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_Other

무탈한 오늘 _ 문지안

by pub-lican-ai 2019.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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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 없다는 듯

곁에 머물러 있는 오늘이

언젠가 가슴 아리도록

그리워할 일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저런 개에 뭐 그리 공을 들이냐는 말을 듣곤 한다.

'저런'이라는 기준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나, 당신, 혹은 우리는 

하루 세번 공들인 밥을 먹을 만큼 가치 있는 존재가 맞는지

얘기가 복잡해진다. 그러니 그런 말은 말기를.


행복이라는 가치는

긴 시간 하염없이 드리우는 온화한 것이라 믿었는데

살면 살수록 그것은

찰나의 반짝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수천억 개의 별빛으로 이루어진 은하수처럼,

수천억 개의 빛나는 찰나가 모여

행복이라 부를만한 따스함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절박한 순간에 필요한 것은

가능성 있는 수많은 이들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떠오르는 한 사람이다.

그 한사람이 흔쾌하면

세상이 나에게 흔쾌한 것 같은 마음이 된다.

거절당하지 않은 절실함은

내리막으로 치닫는 기울기를 변화시키는 

변곡점이 되어준다.


백 년 만년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백 년 만년 벚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봄은 무한해도 우리는 그렇지 않다.

평균 수명을 생각하면 

나에게 남은 봄은 마흔 번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해마다 같은 자리에 같은 꽃이 피어나도

이토록 반가운 것이 사람 마음인데

우리는 왜 서로에게 

해마다 어딘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걸까

이 황홀한 꽃잎은 곧 떨어질 테고

이 찬란한 아름다움은 곧 시들 테니

오늘은 다른 생각 말고

눈부신 꽃을 즐기고,


마주 앉은 아이에게

크레파스를 건네주고

애정 하는 이에게 반찬을 밀어주고

포크에 찍은 사과 조각을 내미는

가까운 거리의 사람들,

그들 곁에 맴돌

다정한 공기를 떠올린다.


작은 도마 하나에 나이테가 물결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유난히 간격이 촘촘한 자리가 있다.

성장을 멈추다시피 했던 그해,

나무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무엇이 나무를 그토록 움츠러들게 했을까.

몸을, 혹은 마음을.

그 뒤로 간격이 차분해지는 것을 보면

무언가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이 나무는 그것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제자리에 선 채

누구에게도 까탈 부리지 않고

조용히,

험한 시간을 살아내는 방법을 찾아내고

평화로운 삶을 다시 시작했다.


무탈한 오늘, 21세기북스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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