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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tamp

아빠, 안하던 인사를 하다

by pub-lican-ai 2020.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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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성격은 4~5세 이전에 모두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 아이 누구를 닮았길래 그러나..라는 말은 수동적이고
이 아이의 성격 형성을 도와야겠다 라는 말은 능동적이다.

하지만 능동적이라고 뭐든 옳은 것은 아니다.
사람의 성격은 

타고난 특성 Personality에

자라면서 보고 느끼는 주변 환경 Environment을 더하여 형성된다고 한다.
우리 아빠들이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환경을 잘 만들어 주는 것이지 

타고난 성격까지 조작하거나 주입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3~5세 동안 사람들을 보면 낯을 심하게 가리는 것을 보고 당연하겠거니 생각했다.
문화센터 놀이 클래스를 들으면서 1달 이상 적응이 어렵고 

남자 선생님에게 인사하는 무서워하는 것을 보고 다른 아이들보다는 부끄러움이 많구나 생각했다.
유튜브의 언니들은 보면서 

뽀로로나 한글이 야호를 보면 무섭다고 우는 것을 보고 

이건 뭔가 잘 못된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저렇게 낯을 많이 가리거나 부끄러워하고, 겁이 많은 아이, 아빠가 어떤 환경을 제공해야 할까?
고민에 빠졌다. 

다만 너무 급격하게 환경을 바꾸거나 강요하면 부작용이 더 심할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말이 통한다고 해서 이게 맞다, 그것이 그르다고 말해주는 것도 

아이의 입장에서도 이해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정답이 없는 것들이라 아빠 스스로도 납득이 잘 안되는데.
무서워서 무섭다고 하는 건데 

그건 안 무서운 거야 라고 100번 말해도 아이에 눈높이에서는 이해가 안 되겠지.

고민 끝에 내린 답은 

아이가 보는 거울이 아빠 엄마이고 그 자체가 환경이기 때문에
20대 방황하던 시절 이후 처음으로 나 자신부터 돌아보게 되었다. 

내 성격은 어떻지? 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지?
내가 무서워하는 것은 뭐고, 내가 무서운 것이라고 아이에게 알려준 것들은 뭐가 있지?

단편적으로 보면 나 자신부터가 외향적이라고 말해왔지만 마음속에는 소심함과 겁이 많았고,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잠을 자지 않고 우는 아이에게는 도깨비와 마녀가 잡아간다고 

도깨비 목소리를 내며 겁을 주어 잠을 재웠더라.

그 당시에는 그것이 아이가 쉽고 빠르게 잠들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성격 형성을 위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게 아닐까 하며 심한 자책도 했다.

이제는 아이에게 내가 그려낸 성격을 그저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부터 내가 먼저 보여주고 아이가 느끼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스스로가 먼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인사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갸웃하고 반응하지 않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하며 인사를 건넸다.

 

책을 읽으면서도 마녀나 호랑이가 나올 때 조금이라도 아이가 무서워하면 

그림일 뿐이라고, 책 밖으로는 못 나온다고, 아빠가 지켜준다고 얘기해준다.
책을 읽을 때 그저 내용을 전달하고 오늘은 몇 권이나 읽었다 만족하지 않고, 

그 책의 내용에 따라 아이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물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아이가 평소 무서워하던 책을 다 읽어줄 때까지 옆에 앉아 있으면, 

4살 때는 울고불고했는데 5살 되더니 마음에 작은 용기가 생겼구나 하고 칭찬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에 아이가 얘기하더라.

책 내용이 무서워서 가슴이 두근두근했는데 그림일 뿐이구나 하고 생각했어


아이의 마음에 스스로를 이길 수 있는 힘을 심어주는 것. 

그 작은 용기를 발견하고 큰 용기가 되도록 잘 격려해주는 것.

그것이 아빠든 엄마든 해주어야 하는 환경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Cover Photo by Caroline Hernande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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